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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행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주요 형성 이론과 기원설

by 과학 저널 2025. 5. 15.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태양계,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행성들은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 질문은 인류가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던져 온 근원적인 질문 중 하나일 것입니다. 태양계의 기원을 밝히려는 노력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탐구를 통해 다양한 가설들을 탄생시켰고, 오늘날 우리는 그 윤곽을 비교적 명확하게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태양계 기원과 행성 형성 이론의 역사적 흐름과 주요 내용들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태양계 기원, 거대한 수수께끼의 시작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이론들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태양 자체가 탄생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성계가 형성되었다는 주장이며, 두 번째는 태양과 다른 천체 사이의 우연한 만남이나 충돌과 같은 극적인 사건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주장입니다. 각각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었고,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 왔습니다.

초기 가설들: 태양 자체의 진화 과정인가?

태양계가 태양의 형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대표적인 이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성운설 (Nebular Hypothesis) : 1755년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처음 제안하고, 1796년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가 수학적으로 정교화한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양계는 원래 천천히 회전하는 거대한 고온의 가스 성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성운은 자체 중력으로 수축하면서 온도가 더욱 상승하고 회전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빨라진 회전으로 인해 적도 부근의 물질이 원심력에 의해 떨어져 나가 고리 형태의 원반을 형성했고, 이러한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중심부에는 태양이, 떨어져 나간 고리들에서는 각각의 행성들이 응축되어 형성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성운설은 태양계 전체 각운동량의 대부분(약 98%)을 행성들이 가지고 있고, 정작 질량의 대부분(약 99.8%)을 차지하는 태양은 매우 느리게 자전한다는 '각운동량 분포의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전자설 (Electromagnetic Theory) : 1942년부터 1946년에 걸쳐 스웨덴의 물리학자 한네스 알벤(Hannes Alfvén)은 태양의 강력한 자기장을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기원설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초기 태양 주위는 비어 있었으나, 우주 공간을 이동하던 중 고체 미립자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성간 구름과 만나게 됩니다. 태양의 중력과 자기장이 이 구름의 일부를 포획하여 달과 화성 같은 암석형 천체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가스로 이루어진 더 큰 규모의 성간 구름과 다시 만나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같은 거대 가스 행성 및 그 위성들을 형성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고체 입자로 된 대규모 우주 구름을 만나 수성, 금성, 지구 및 나머지 위성들을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은 태양의 자기장이 물질 포획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난류설 (Turbulence Theory) : 1944년 독일의 물리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Carl Friedrich von Weizsäcker)는 초기 태양이 수소와 헬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거대한 가스 원반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가정했습니다. 이 원반은 전체적으로는 천천히 회전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유체의 흐름이 불규칙한 난류 상태에 있어 각 부분의 회전 속도가 달랐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속도 차이로 인해 원반 내부에 여러 개의 소용돌이(vortex)가 발생하고, 이 소용돌이와 소용돌이 사이의 경계 영역에서 물질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작은 응집체를 형성하며, 이것들이 점차 합쳐져 행성이 되었다는 이론입니다. 난류설은 원반 내 물질 분포의 불균일성을 통해 행성 형성의 씨앗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우연한 사건의 산물인가?

한편, 태양계의 탄생이 태양과 다른 천체 간의 극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주장들도 힘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이론들은 태양계의 독특한 특징들을 설명하려는 시도였습니다.

  • 소행성설 (Planetesimal Hypothesis) : 1900년 미국의 지질학자 토머스 크라우더 챔벌린(Thomas Chrowder Chamberlin)이 주장하고, 이후 천문학자 포레스트 레이 몰튼(Forest Ray Moulton)이 수정한 이론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태양은 원래 홀로 존재했으나, 어느 시점에 다른 별(항성)이 태양 근처를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이때 접근한 별의 강력한 기조력(tidal force)으로 인해 태양 표면에서 엄청난 양의 물질이 분출되었습니다. 이 분출된 물질들은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빠르게 냉각되고 응고되어 수많은 미행성(planetesimal, 소행성과 유사한 작은 천체)들을 형성했고, 이 미행성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현재의 행성들을 이루었다는 설명입니다.
  • 조석설 (Tidal Theory) : 1916년 영국의 천문학자 제임스 진즈(James Jeans)가 제안하고, 해럴드 제프리(Harold Jeffreys)가 발전시킨 이론입니다. 이 이론의 전반적인 시나리오는 소행성설과 유사하게 다른 별이 태양 근처를 통과하는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다만, 태양에서 분출된 물질이 처음부터 미행성 형태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게 늘어진 시가(cigar) 모양의 가스 필라멘트 형태로 유출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다른 별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기조력이 최대가 되므로, 분출된 필라멘트는 중앙 부분이 가장 두껍고 양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를 띠게 됩니다. 이후 이 필라멘트가 불안정해져 여러 조각으로 나뉘고, 각 조각들이 중력 수축을 통해 행성으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조석설은 한때 태양계의 여러 특징들, 예를 들어 행성들의 크기 분포(중앙부의 목성, 토성이 크고 안쪽과 바깥쪽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경향)를 설명하는 데 유리하여 유력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 역시 태양으로부터 분출된 고온의 가스가 직접적으로 응축하여 행성 크기의 천체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과, 각운동량 분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습니다.
  • 쌍성설 (Binary Star Theory) : 1934년 미국의 천문학자 헨리 노리스 러셀(Henry Norris Russell)이 제안하고, 레이먼드 리틀턴(Raymond Lyttleton)이 발전시킨 가설입니다. 이 이론은 태양이 원래 동반성을 가진 쌍성이었다고 가정합니다. 어느 날, 제3의 별이 이 쌍성계 근처를 지나가면서 동반성과 강력한 중력 상호작용을 일으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이 기조력에 의해 뜯겨져 나와 필라멘트 형태로 흩뿌려졌고, 동반성과 접근했던 별은 서로의 중력 영향으로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태양 주위에 남겨진 이 필라멘트 물질이 이후 행성계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 역시 조석설과 유사하게 고온의 물질이 행성으로 직접 응축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재앙적 사건에 기반한 이론들은 점차 그 설득력을 잃어갔고, 과학자들은 다시 성운 물질이 저온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행성을 형성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차가운 물질로부터의 탄생

앞선 이론들의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노력 속에서, 태양계가 초기의 고온 가스가 아닌, 차가운 우주 먼지와 가스 구름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아이디어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현대 행성 형성 이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우주 먼지 구름의 역할

차가운 성간 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이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슈미트의 설 (Schmidt's Theory) : 1944년 러시아의 과학자 오토 슈미트(Otto Schmidt)는 태양이 성간 공간을 이동하던 중 거대한 우주 먼지와 가스 구름(성간운)과 만나 그 일부를 중력으로 포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포획된 물질들이 태양 주위에 원시 태양 성운(solar nebula)을 형성했고, 이 성운 내의 먼지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고 부착하며 점차 크기를 키워 미행성체를 거쳐 행성으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행성 물질의 기원을 태양 외부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성운설과 차별화됩니다.
  • 휘플의 설 (Whipple's Theory) : 1947년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휘플(Fred Whipple) 역시 우주 구름으로부터 태양계가 기원했다는 설을 제창했습니다. 그는 우주 공간에 널리 분포하는 고체 입자와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운이 존재하며, 이 성운이 자체 중력과 주변 별들로부터 받는 복사압(광압)의 영향으로 서서히 수축하기 시작한다고 보았습니다. 성운이 수축함에 따라 밀도가 증가하고, 내부의 고체 입자들은 빈번하게 충돌하며 서로 합쳐져 점점 더 큰 덩어리로 성장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운의 중심부에는 가장 많은 물질이 모여 원시 태양을 형성하고, 주변부의 남은 물질 덩어리들이 행성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입니다.

성운설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

칸트와 라플라스의 고전적인 성운설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그 기본 아이디어는 후대 과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 호일의 설 (Hoyle's Theory) : 1955년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은 성운설과 유사하면서도 독창적인 기원설을 발표했습니다. 천천히 회전하는 거대한 성운이 중력 수축을 일으키면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이로 인해 성운의 적도 부근에서는 원심력이 강해져, 특정 단계에 이르면 물질이 고리 형태로 분리되어 떨어져 나간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이탈하는 물질의 총량은 성운 전체 질량의 약 1/100 정도이며, 이탈이 일어나는 시기는 성운이 원래 크기의 약 10만 분의 1로 수축하여 현재의 수성 궤도 정도의 크기가 되었을 때라고 추정했습니다. 분리된 고리 모양의 물질들은 성운의 지속적인 회전과 수축에 따라 점점 바깥쪽으로 밀려나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이 과정에서 응축되기 쉬운 물질부터 뭉쳐져 행성의 핵을 형성합니다. 한편, 물질 고리를 잃어버림으로써 각운동량의 일부를 방출한 성운의 중심부는 계속 수축하여 최종적으로 태양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호일의 이론은 태양의 느린 자전과 행성들의 각운동량 분포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요한 시도였습니다.

현대 행성 형성 이론의 정립

이러한 역사적 이론들의 장단점을 흡수하고 발전시키면서,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태양계 형성 모델은 원시 행성계 원반 이론(Protoplanetary Disk Theory) , 또는 현대 성운설(Modern Nebular Theory) 로 불립니다. 이 이론은 과거 성운설의 기본 골격에 다양한 물리적 과정들을 정교하게 통합한 것입니다.

원시 행성계 원반 이론

  • 미행성체의 충돌과 성장 (Collision and Growth of Planetesimals) : 거대한 분자 구름의 일부가 중력적으로 불안정해져 수축을 시작하고, 중심부에는 원시 태양이 형성됩니다. 이때 각운동량 보존에 의해 원시 태양 주위에는 납작한 원반 형태의 가스와 먼지 구름, 즉 원시 행성계 원반이 만들어집니다. 이 원반 내의 미세한 먼지 입자(수 μm 크기)들은 정전기적 힘이나 직접적인 충돌을 통해 서로 들러붙어 수 cm에서 수 m 크기의 자갈이나 바위 크기로 성장합니다. 이들이 충분히 커지면(수 km 크기), 자체 중력이 주변 물질을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강해져 '미행성체(planetesimal)'라고 불리는 행성의 씨앗이 됩니다. 이 미행성체들은 원반 내에서 서로 수없이 충돌하고 병합하는 '강착(accretion)' 과정을 통해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에 걸쳐 점차 거대해져 원시 행성(protoplanet)으로 성장합니다.
  • 가스 행성과 암석 행성의 분화 (Differentiation of Gas Giants and Terrestrial Planets) : 원시 행성계 원반의 온도 분포는 행성의 종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태양과 가까운 안쪽 영역은 온도가 높아 물이나 메탄 같은 휘발성 물질이 얼음 형태로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규산염이나 철과 같은 고온에서도 고체로 남을 수 있는 물질들만이 응축되어 미행성체를 형성하고, 이들이 뭉쳐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은 암석형 행성(지구형 행성)을 만듭니다. 반면, 특정 거리(태양으로부터 약 3~4 AU, 소행성대 부근) 너머의 '서리선(frost line 또는 snow line)' 바깥쪽 영역은 온도가 매우 낮아 물, 암모니아, 메탄 등이 풍부한 얼음 형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암석 물질과 함께 막대한 양의 얼음까지 행성 형성에 참여할 수 있어 훨씬 더 무거운 원시 행성의 핵을 빠르게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거대한 핵은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의 수소와 헬륨 가스를 대량으로 끌어모아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같은 거대 가스 행성(목성형 행성) 및 얼음 거대 행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목성의 경우, 지구 질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핵을 형성한 후 주변 가스를 급격히 빨아들여 현재의 거대한 크기로 성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풀리지 않은 질문들과 미래 연구 방향

현대 행성 형성 이론은 태양계의 많은 특징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과 새로운 질문들이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행성체가 km 크기에서 수백 km 크기의 원시 행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세부 메커니즘, 거대 가스 행성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많은 양의 가스를 포획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 태양계와 매우 다른 구조를 가진 외계 행성계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등은 활발한 연구 주제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과 같은 첨단 관측 장비들은 이제 막 태어나고 있는 원시 행성계 원반과 외계 행성들을 직접 관측함으로써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태양계의 기원과 행성 형성 이론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빚어낸 위대한 서사시와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새로운 발견을 통해 우리는 태양계와 우주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경이로운 여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